글로벌 전역에 걸쳐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경영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에서 전 세계 ESG 전문가 및 실무자가 참여하는 ‘제6회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 국제 컨퍼런스(6th Global Conference: ESG Management & Sustainability)가 개최됐다.



고려대학교 ESG 연구원이 국제ESG협회 및 환태평양대학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6회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ESG 이슈의 올바른 대처와 그 이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ESG 전반에 걸친 발전적인 담론의 장이 마련됐다.


대회장을 맡은 고려대 ESG 연구원 이재혁 원장과 옥용식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기업들은 ESG 관련 기존 규칙을 단순히 따르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데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브루노 오벌 사무총장은 개회식 기조강연에서 "빠른 자원 고갈과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 과정에 있어 높은 신뢰도의 환경자료와 함께 의사결정에서의 투명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옥용식 교수를 중심으로 브루노 오벌 IUCN 사무총장, 윤종수 IUCN 한국위원회 회장, 조유라 국제ESG협회 이사, 김찬우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등이 함께한 라운드 테이블에서 토론자들은 “기업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의 정기적 확인과 관리, 정확한 정보전달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어 왔다”라며 “전지구적 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협약처럼 환경이 정책과 법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SG에 대한 높은 관심에 힘입어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 기업인 등 총 30개국에서 377명(해외 122명)이 참석한 컨퍼런스 첫째 날에는 △ESG 전반 △기후변화·생물다양성 △폐기물·플라스틱 등 총 18개의 세션이 다뤄졌고, 둘째 날인 29일부터는 한국·일본·중국 특별세션과 환태평양대학협회 프로그램이 병행하여 진행됐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옥용식 교수가 좌장으로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편집장과 대담을 나눌 수 있는 세션도 마련되어 참석자들의 높은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위해서는 경영과정 및 기술개발에 대한 혁신 필요


첫째날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과 이재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겸 국제ESG협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ESG 경영을 위한 글로벌 추세와 전망' 세션에서 이재혁 교수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ESG 트렌드를 늦은 시기에 압축적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라고 언급하면서, “ESG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ESG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향후 발생가능한 ESG 관련 주요 이슈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여러가지 대응방안을 제시하였고 “앞으로 ESG 세 분야 중 특히 ‘E’분야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그린 워싱을 막기 위한 규제 또한 증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지속가능대학 윌리엄 미치 교수는 “전 세계 410개 강 유역 중 90%가 전체 유량의 40% 이상이 사용되는 상태에 놓여 있다”라며 “이러한 추세라면 오는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25%가 물이 부족한 지역에 살 것이다”라며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미치 교수는 이어 2017년 인도의 펩시 공장이 물 사용량의 75%를 줄이도록 정부로부터 권고 받은 예시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적에서는 가뭄 시기에 물의 사용권을 기업보다 도시에 우선권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물 부족이 기업활동을 완전히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치 교수는 기업 외부 문제의 대처법과 관련해 “과거에는 초기비용 때문에 무시되었지만, 이제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기업과 대학간의 협업연구를 통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공장부지를 선정하고. 정화시설에 대한 비용 분담을 진행해야 한다. 상품 원료의 생산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 물 사용량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생물다양성 감소, 지속가능성의 근본을 위협할 수 있어…


이어 발표자로 나선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스콧 창 교수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생태계 기능의 붕괴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도 중지시킨다”라며 “캐나다에서 나무 종의 균등도는 토양 유기물의 비율을 42%까지 증가시켰고, 기능적 다양성은 무기질의 비율을 50%까지 증가시켰다”고 최근 네이처에 출판한 연구논문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창 교수는 이어 “다양한 토양의 종류는 인이 완전히 사용될 가능성을 늘려 토양에서 하천이나 바다로의 인 유출을 줄인다. 다양한 종이 서식할 때 인의 사용률은 한 종만 재배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라며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생태계 조절기능을 떨어트려 우리가 이용할 수 없을 정도까지 악화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광물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회 ISTEB 학회 링클레베 회장은 “토양은 생물의 번성, 천연자원의 저장, 건설의 기반 등 인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생태학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가진다”라며 “유럽은 30만개에서 150만개에 달하는 오염 부지를 갖고 있고, 이를 정화하는 데에는 약 800~120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추정된다. 이에 따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기업 각각의 제품과 활동에 값을 매기기 위한 정치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고려대학교와 함께 환태평양대학협회 지속가능한 폐기물관리 프로그램 및 국제ESG협회가 공동 주관한 여섯 번째 국제 행사로, 2023년에는 싱가포르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었으며,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다.